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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퇴사 문화 중에 부검메일(Postmortem email)이라는 제도(?)가 있다. 회사를 퇴직하는 직원이 퇴사 당일 동료에게 보내는 메일이다. 퇴사자는 메일 초안을 작성한 뒤 상사, 인사담당자와 협의 후 최종본을 완성한다. 퇴사하는 직원은 누구나 남기고 가는 메일이라고 한다. (마지막까지 부려먹...).
메일의 목적은
1) 메일을 작성하면서 상사, 회사와 오해를 풀고 퇴사를 번복하게 하는 목적
2) 회사 문제점 개선 - 투명성 개선, 위기 예방 등
형식은 따로 없지만, 아래 내용은 꼭 포함된다.
1. 왜 떠나는지 : 다른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2. 회사에서 배운 것 : 새로 배운 것, 경험한 것.
3. 회사에 아쉬운 점 : '넷플릭스가 이랬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을 전제로 쓴다.
4. 앞으로의 계획 : 어느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할지.
5. 넷플릭스의 메시지 : 직원을 떠나보내는 넷플릭스의 입장
넷플릭스의 부검메일 콘텐츠를 퇴사하는 날 보게 되다니. 필자는 2021년 4월 27일을 마지막으로 현 직장을 퇴사한다. (실질적 퇴사는 2021년 5월 7일). 마지막 근무날인 오늘, 전체 메일을 보내고 떠나볼까 했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마음을 접었다. 그러나 3번째 퇴사를 기념하며 내 개인 공간에라도 글을 남겨본다.
안녕하세요. ㅇㅇㅇ입니다.
2021년 4월 27일 마지막 근무를 마치며,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나 이렇게 서면으로 인사를 드리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1년 2월부터 이직 자리를 알아보게 되었고, 몇 번의 합격 통보를 거절하고 좋은 오퍼를 받아 회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대략적으로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다음과 같습니다.
해더의 문제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현재 o개월 째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해더가 없습니다. 이는 중요한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업무 결정, 업무 방향성 설정 크게는 연봉협상까지. 그 무엇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가 몇 개월째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대표로서 책임져야 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회사에서는 그 누구도 책임질 수도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성과 측정의 문제
성과 측정에도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Out bound 메일을 통해 거래처를 가지고 왔습니다. 현재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 성과가 아니었습니다. 마케팅으로 들어온 거래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브랜드, 퍼포먼스 마케팅에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지만, 마케팅 외 업무는 시간을 많이 들이면 안 되는 간단한 업무였습니다. 성과가 아니었지요. 저는 애초에 타 부서가 요청하는 기타 업무를 할 필요가 없는 거였습니다. 효율적인 업무가 아니니까요.
의욕 고취의 문제
CTR 6.33%
CVR 39.95%
업종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주위 마케터에게 CTR, CVR 수치를 물어보신다면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를 아는 사람은 회사에서 오로지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업무 공유가 안되었고, 성과 공유가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검색광고는 성과로 말할 수 없다 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그동안 네이버 검색광고를 하고 있었을까요. 회사 입장에서는 의미 없이 돈 쓰는 마케터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예산을 소진할수록 의미 없는 마케터가 되어갔고 업무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욕은 사라졌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배운 것도 많습니다.
ㅇㅇㅇ, ㅇㅇㅇ 등 회사 내 좋은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일 수치를 확인하며 마케팅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구글 애널리틱스 (GA), 네이버 검색광고 집행도 제게 있어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업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경험 있었습니다. (2-3개월간 GA 세팅에 열을 올렸던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덕분에 저는 어느 회사에서든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으며 'GA 분석 가능'이라는 멋진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자유와 책임, 동료 간의 믿음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심각했을 때 했던 재택근무, 집에서 일하는 편안함과 함께 지켜야 하는 책임. 그리고 일이 있을 때는 조금 일찍 퇴근, 당일 연차 반차도 ok. 본인의 일을 책임질 수 있다면 그 누구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마음 편히 회사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뒤돌아 보면 스스로 책임감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앞서 말했던 퇴사 이유가 개선된다면 회사에 남겠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오퍼를 받은 곳은 '직장인 교육 플랫폼'입니다. 오퍼를 받아들인 이유는 이직하는 회사의 대표님 때문입니다. N사 15년 근무한 여성 기획자 2명. 저 역시 비개발자 직군으로서 40대가 될 테고 여성 직장인으로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서른이 넘은 제게 회사에서 40대 비개발자 여성 선배를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40-50대 미래를 생각해야 할 시기에 '언니'들 밑에서 일할 수 있는 경험은 제게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는 직장인 교육 플랫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직장인을 모집하여 팀빌딩을 시켜주고 주어진 과제를 완성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개인적으로 사이드잡에 대해 고민하고, 부업과 투잡 등 잡에 대한 커리어 성장을 이루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함께 일하며 즐거웠습니다.
회사의 앞길에 항상 꽃향기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2021년 4월 27일 마지막 근무를 마치며, ㅇㅇㅇ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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